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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잡다

내가 다녀 본 중소기업

by __observer__ 2018.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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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래 기사를 보니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1천만원을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55&aid=0000622713


글쎄요… 청년들이  돈 때문에… 중소기업을 안 가는 건지 의문입니다.


저는 직장 생활을 중소기업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약삭빠른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리 약지는 못한 편이라서 연월차를 비롯한  근로자의 권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안양에 있는 중소기업을 2년 동안 다녔었는데 연월차를 한번도 써본적이 없었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야근비도 없는 회사에서 밤 12시,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했었고, 대부분이 학/석사 신입사원으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밤 12시에 퇴근을 하겠다고 팀장에게 인사를 하러가면 ‘내가 안 갔는데?’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더 열심히 해야 되나라는 생각으로, 그러려니 했는데  이런 생활이 1년 이상이 되다 보니 ‘내가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입사후 10개월 정도는 정상적인  월급을 지급했지만 그 이후에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직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반납하도록 시켰습니다. 월급 반납에 대해서 대부분의 직원들도 사인을 했고 이에 대해 싸인을 안 한 사람들은  퇴사를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왜 내가 빨리 퇴사를 안 했을까?”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회사의 고문이 전 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렀습니다. 고문이라는 사람은  아버지 뻘 되는 분이셨는데 그냥 사장님이랑 아는 사람이어서 고문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히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높으신 분이 불러 모으니까 갔습니다. 회사의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너희들이 결과를 내지 못해서 그런거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니들은 삼류야’ 라고 얘기하더군요.


처음 입사했을때 인자한 모습으로  자기가 쓴 책이라면서 책 한 권을 주셨었는데 이후로 라면 받침으로 사용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버렸구요. ‘회사의 고문이라는 직책은 직원들 고문하라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학자금 대출을 받았었고 1600만원 정도의 빚이 있는 상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제가 사회에 나왔던  2009~2010년도에는 졸업 후에 학자금 대출을 바로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시대였습니다. 학자금대출은 LH 공사로 부터 받았었는데 금리가 6 %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LH 공사는 본인들의 손해를  학생들한테 삥 뜯어서 만회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빚쟁이 신분으로 사회에 나오다보니 거지같은 회사라고 해도 쉽게 때려 치기가 힘들었습니다. 지방 출신이다보니 위에 얘기한 회사를 다니는 2년 동안  인덕원 역 앞에 고시원에서 살았었는데, 거지 같은 기억들 때문에 이후로 그 쪽 동네는 왕래를 않고 있습니다.


노가다를 하면서 매주 주말마다  말 밥을 주러 경마장에 간다는 노가다꾼 아저씨, 가출한 듯한 청소년들, 매일 떡진 머리로 고시원 방에서 리니지를 해서 돈을 번다는 백수형이 제가 사는 고시원의 구성원들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내가 그들 내에 있다는 것이 저를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3년 차가 되기 전에 갑자기 연봉 협상을 하자고 하더군요. 정상적인 월급도 못 주는 회사에서 무슨 연봉 협상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봉 협상을 하기 위해서 고문님 방에 들어가니 연봉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1,200 만원이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연봉이 적혀 있었습니다. 직원들 중에서 모든 사람들이 1,200 만원을  제시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쓸모없는 사람들에게만 1,200만원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말이 좋아서 연봉협상이지 퇴사하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시원하게 ‘너 퇴사 해’라고 얘기하면 되지 양아치처럼 연봉 협상 하자고는 왜 했을까…. 의문이네요.


어째됐든 지옥 같은 회사를 나오게 돼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2년 동안 모은 돈과 예전에 들어놨던 저축 보험도 다 깨서 학자금 대출을 다 갚았습니다. 빚이 없으니까 마음이 후련하더군요. 석사를 졸업해서  30 살에 1600만원의 빚을 안고 첫 회사에 가게 됐고 32살에 백수가 돼서 가진 돈은 퇴직금 500~600 만원이었습니다.


그 당시 회사를 다니면서 못 받았던 돈은 지금도 못 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조금 더 근로자의 권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아마 고용노동부 같은 곳에 신고해서 악착같이 받아내려고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과 금융에 대한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회에 나와서 양아치 같은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 첫 회사 생활이 마무리 됐습니다. 정말 느끼는게 많았던 회사 생활이었고…. 돈도 돈이었지만  사람이 너무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청년들이 기업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중소기업들은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홈페이지가 없는 중소기업도 많고요. 청년들이 그 회사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방법들이 별로 없습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판단을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의 재정 상황, 성장 가능성, 경영자의 도덕성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없다면  중소기업을 가는 것은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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